전성군 교수

   
 

여름방학을 앞두고 일부 대학생들의 농활준비가 한창이다. 농활의 전통은 1960년대 후반 이후 활발해진 대학생들의 ‘농촌봉사활동’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전통은 1970년대 후반에 이르면서 베푸는 느낌을 주는 ‘봉사’라는 말을 빼고 그냥 ‘농촌공헌활동’이란 사회운동적인 개념이 강화된 형태로 계승됐다. 이렇게 정착된 ‘농활’은 1980년대에 이르러 학생운동의 대중화에 중요한 초석이 됐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농활을 통해서 사회적 책임의식을배웠다.이렇듯 농활이란 ‘새마을운동’이라는 말과 견줄 정도의 전통을 갖고 있다. 그러나 모든 전통이 그렇듯 농활 역시 처음부터 끝까지 동일한 전통은 아니었고, 시대에 따라 그 형태가 변모해 왔다. 당시 대부분 대학생들이 ‘농업인의 자식’이 아닐 수 없었던 시대의 봉사활동중심인 농활과 도시에서 자란 오늘날 대학생들의 농활이 같을 수는 없다문제는 취업준비와 아르바이트 등으로 농촌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대학생 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는데 있다. 이는 농활이 학점과 연계되지 않아 큰 혜택이 없고, 취업난에 이른바 `스펙쌓기`에 바쁘다 보니 학생들이 농활을 기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농활이 오늘의 기성세대에게는 대학시절 여름방학의 추억이지만 요즘대학생들에게는 어학연수나 국토대장정과 같은 말에 비해 다소 생소한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이제는 농활에도 창의력이 필요하다. ‘창조운동’이 도입되어야 한다. 창조운동이란 다양한 농촌봉사활동으로 농활사이에 문활(문화교류), 의활(의료봉사), 효활(자식노릇하기), 공활(공학지식전수)등을 함께 펼쳐가는 새로운 농활모델방식이다.근래 문화체육관광부와 농림수산식품부는 전국의 농촌을 찾아 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정서적 교감도 쌓을 대학생 자원봉사활동단 ‘문화배달부’을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선발된 대학생들은 인근 농촌 마을을 매월 2회 이상 방문하며 세대간, 지역간 문화교류의 메신저 역할을 한다.순천향대 의대생들은 방학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농촌을 찾아 100여 항목의 문진표를 작성해 밤늦게까지 건강 상담을 하고 당뇨, 혈압 등을 체크한다. 여기에다 마을주민들의 머리를 염색해주고 테이핑 요법으로 팔과 다리를 치료해주는 한편 안마와 발마사지 봉사를 통해 ‘효활’을 실천한다.농활은 공과대학생에게도 필요하다. 대학에서 배운 공학 지식을 바탕으로 경운기, 트랙터 등의 농기계를 수리하고 노후화된 농가의 전기배선 시설 등을 고쳐주는 실습장 역할도 한다. 이런 프로그램처럼 ‘농활’의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각 학과마다의 특성을 살려 낼 수 있는 농촌봉사활동으로의 영역을 넓히는 것이 좋겠다. 또한 각 대학과 농촌의 지속적인 연계를 통해 대학생 ‘농활’이 부활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마련이 긴요한 시점이다.이제 농과대학생만 농활을 한다는 생각은 바꿔야 한다. 농활도 하나의 창조운동이다. 과거 농촌봉사활동 위주의 전통적 농활방식에서 벗어나 다양성과 지속성을 추구하는 혼합방식이 농활의 경쟁력을 보장해 주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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