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 거취 초읽기

   
 
올 여름을 뜨겁게 달 군었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33.3%에 미달해 무산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8월24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투표권자 838만7278명 중 215만7772명이 투표에 참여, 25.7%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전면무상급식’(야당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서울시안)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이번 투표에선 야권이 승리했다. 개표가 무산될 경우 서울시장직을 내놓겠다고 약속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초등학생·중학생 무상 급식은 서울시교육청 곽노현 교육감 안대로 전면 실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이날 오후 8시30분 오세훈 시장은 서울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투표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어려운 환경에서 투표에 참여한 서울시민 유권자께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오세훈 시장 거취와 관련, “한나라당과 상의해서 빠른 시일내에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이번 주민투표 결과는 오세훈 시장의 실패, 보수의패배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지난 8월21일 투표율에 시장직을 걸면서 무상급식 문제에 승부수를 던졌다. 정책투표를 자신에 대한 신임 투표로 성격을 바꿨다. 이명박 대통령도 몽골 방문에 앞서 녹음한 인터넷·라디오 연설을 통해 ‘포퓰리즘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오세훈 시장을 측면 지원했다. 여권과 보수 진영 전체가 주민투표에 매달리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투표결과는 서울시 25개 구(區) 중 투표율이 33.3%를 넘은 곳은강남구(35.4%)와 서초구(36.2%)뿐이었다. 오세훈 시장이 9월 30일 이전에 물러나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일은 10월 26일이 된다. 10월에 물러나면 서울시장 보선은 내년 4월 총선과 함께 실시된다. 한나라당은 10월 보선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시장도 당과 상의해서 결정 할 것이라는 듯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야권은 조속히 사퇴하라고 압박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사실상 오세훈 시장 승리 이번 투표무산에 대해 한나라당 김기현 대변인은 “먼저 민주당 등 야당의 ‘나쁜 시민’낙인찍기를 비롯한 반민주적, 반헌법적 투표거부·투표방해에도 불구하고, 이에 굴하지 않고 꿋꿋이 신성한 주권을 행사해 주신 214만 애국 서울시민들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감사드립니다”면서 “오늘의 투표결과를 개함하지 못하게 된 것은 참으로 유감입니다. 이것은 전적으로 반민주적·반헌법적 투표방해를 한 민주당 등 야당의 책임”이라고 논평했다.그는 “비록 개함하지 못하였으나, 야당의조직적 투표방해 책동에도 불구하고, 작년 교육감 선거시 곽노현 교육감의 득표수(1,459,535) 보다 약 70만 더 많은 시민들이 투표한 점, 그간의 재?보궐선거 투표율에 비해 높은 수준의 투표율, 최근의 각종 여론조사 결과(오세훈안 지지, 최소 50.7%에서 최대 75.9%), 2010년 6월 지방선거시 오세훈 시장의 득표율(총 유권자 대비 25.4%) 등에 비추어 보면 오세훈 안을 지지하는 서울시민의 의사는 명확히 확인된 것”이라면서 “이번 선거는 오세훈 시장과 애국 서울시민이 사실상 승리한 것으로 본다”고 논평했다.민주당, ‘나쁜시장’ 준엄한 심판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 ‘착한 시민’들의 ‘착한 거부’가 ‘나쁜 시장’의 ‘나쁜 투표’를 결국 이겨냈다”면서 “정부여당과 한나라당의 도를 넘는 탈법·불법 투표운동 때문에 다소 우려했지만, 결과는 ‘사필귀정(事必歸正)’이다. 소중한 우리 아이들의 밥그릇을 지켜내고, 엄마와 아이들이 행복한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현명한 선택을 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고 논평했다. 그는 “이번 ‘오세훈 주민투표’는 명분과 도의도 없고 시대 흐름이나 국민 요구와도 역행하는 것이어서, 오 시장의 패배는 예견된 것이었다. 오세훈 시장은 과거 식으로 ‘땡깡정치, 연출정치, 협박정치’가 통할 것으로 생각했으나, 우리 서울시민들의 높은 정치의식을 너무 가볍게 보았다. 결국 정치인 한 사람의 이기적인 판단 때문에 엄청난 이념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과 또 경제적 비용을 치러야 했다”고 말했다.이에 따라 그는 “오세훈 시장은 응분의 책임을 확실하게 져야 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에도 대오각성을 촉구한다. 오 시장이 정작 눈물을 흘려야 할 때는 ‘지금’이다”고 논평했다. 선진당, 무상 포퓰리즘 정책 남발한 양 당책임자유선진당 임영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 서울시민들은 ‘무상 포퓰리즘’ 정책을 경쟁적으로 제시해 온 한나라당과 민주당 어느 편에도 확실한 지지의사를 보여주지 않았다. 서울시민이 보여준 무관심과 침묵이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보내는 가장 큰 경종임을 ‘무상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해 온 양당은 뼈저리게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 특히 민주당은 이번 주민투표 무산을 민주당의 ‘무상 포퓰리즘’ 정책에 대한 지지로 오판해서는 안 된다. 투표 불참은 양당의 이전투구에 대한 무관심의 표출이지 결코 민주당의 ‘무상 포퓰리즘’을 지지해서가 아니다. 오세훈 시장도 정책 주민투표에 시장직까지 걸면서 판을 키운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양당에 대해 논평했다.곽노현 서울시교육감, 2학기부터 무상급식 확대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은 8월24일 주민투표 무산이 확정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늘로 무상급식을 둘러싼 오랜 갈등과 다툼에 종지부를 찍었다"며 “2학기부터 무상급식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의무교육단계에서의 교육복지는 부모의 경제적 형편과 상관없이 최대한 고르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에 서울 시민들이 동의해준 것"이라면서 "어떤 복지도 재정 형편에맞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투표장에 나간 시민들의 마음도 헤아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시에 이미 초등학교 5~6학년 학생들에게 무상급식을 실시할 수 있는 예산이 편성돼 있다"면서 "서울시는 시민들의 뜻을 받아들여 편성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랫동안 이 문제로 서울시와 갈등을 빚으면서 적지 않은 시간을 써야 했다"며 "이제 무상급식을 둘러싼 갈등의 긴 터널을 벗어난 만큼 앞으로 130만 서울학생들의 올바른성장과 행복을 위해서 온 신경을 쏟아 붓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초등학교 전체, 2012년부터 중학교 한 개 학년씩 단계적으로 확대해 2014년까지 초·중등 전면무상급식을 실시할 계획이다. 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 서울시민의 승리서울시의회 허광태 의장은 성명을 통해 “불의한 투표에 단호한 심판을 내린 위대한 서울시민의 승리입니다. 시민여러분들께서 친환경무상급식과 민주주의를 지켜주셨습니다. 이제 그 누구든지 자신의 정치적목적을 위해 서울시정을 농단하고 서울시민을 볼모로 잡는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 말했다.그는 “ 승리의 기쁨보다 착잡함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어찌됐건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는 시정의 동반자로서 충분한 대화와 소통을 이루지 못해 서울시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렸다”고 말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 경과 일지▲2010년 11월18일 =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 시의회 상임위 통과▲2010년 12월1일 = 시의회 민주당, 친환경 무상급식조례안 의결▲2010년 12월2일 = 오세훈 시장, 시정협의 중단 선언 및 시의회 출석 거부▲2011년 1월6일 = 시의회, 무상급식조례 직권 공포▲2011년 1월18일 = 서울시, 대법원에 무상급식조례 무효 확인소송 제기▲2011년 1월31일 = 서울시, 주민청구에 의한 무상급식 주민투표 절차 설명회 ▲2011년 2월1일 = 서울시교육청, 초등학교 1~4학년 의무급식 실시 발표▲2011년 3월2일 = 초등학교 1∼4학년 전면무상급식 실시▲2011년 6월16일 = 서명인원 80만 명 추산▲2011년 6월20일 = 서울시, 2014년부터 학생 50% 무상급식 추진▲2011년 6월22일 =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부 시민검증단 추진▲2011년 6월27일 =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부 검증 개시▲2011년 7월12일 =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 서명 67% 유효▲2011년7월25일 = 행정법원 무상급식 주민투표 서명부 증거보전 신청 기각▲2011년 8월1일 = 서울 무상급식 선택투표 발의…투표일 8월 24일 확정▲2011년 8월10일 = 무상급식 부재자투표 10만2천명 신고▲2011년 8월12일 = 오세훈 시장, 차기 대선 불출마 선언 ▲2011년 8월15일 = 서울 무상급식 주민투표소 2천206곳 확정▲2011년 8월16일 = 행정법원, 무상급식 주민투표 집행정지신청 기각▲2011년 8월18일 = 무상급식 주민투표권자 838만7천282명 집계▲2011년 8월21일 = 오세훈 시장, `주민투표 결과에 시장직 연계` 표명▲2011년 8월24일 =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실시24일 주민투표결과에 기자회견을 하는 오세훈 시장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