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군 전북대 겸임교수유학하면 외국이나 대도시로 나가서 공부하는 것으로 생각할지 모르나, 요즘은 어린 아이들이 농촌으로 유학을 간다. 농촌유학은 대도시권에 사는 초등·중학생들이 부모 곁을 떠나 농촌에서 생활하면서그 지역의 학교에 다니는 제도이다. 현재 일본에서는 산해(山海)·고향·전원유학 등의 이름으로 각 지자체가 중심이 돼 농촌유학을 운영하고 있다. 문부과학성은 단기체험의 농촌유학에 소요되는 운영비에 대해서는 이를 실시하는 지자체에 우선적으로 보조금을 교부한다. 2003년에 농촌 유학을 받아들인 지자체는 35개 도·부·현, 116개 시·정·촌으로 840여명의 대도시 초등·중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농촌유학제도는 시마네현 오오타시가 1976년 처음으로 도입하여, 1985년에는 전국 각지에서 실시하게 됐다. 초기 농촌유학은 도시학생들이 방학을 이용해 농가에 머무르면서 농촌체험을 하는 단기유학학교 형태로 운영됐다. 그 후 도시의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큰 인기를 얻으면서, 1년간의 장기유학제도가 일부 도입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도 최근엔 소극적인 ‘농촌 방문’이 아닌 짧게는 10일, 길게는 1년 동안 농촌 학교로 전학 와서 생활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농촌 유학’이 많아졌다. 세상이 좋아지고 지방자치가 만개하면서 최근 도시학생들이 외국유학을 뒤로한 채 농촌에서 1년 이상 체류하는 장기 유학까지 있다니 큰 변화임에는 틀림없다. 경기 양평의 조현초등학교, 전북 완주의 봉동초등학교 양화분교, 경남 함양의 마천초등학교, 아예 전학을 가는 정읍 수곡초등학교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농촌문화센터통계에 의하면, 지난해 농촌유학에 참석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사전·사후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의미 있는 변화가나타났다. 우선, 자연 속에서의 활동량이 증가하자, 근육량과 기초대사량이 높아졌고 체지방률은 낮아졌다. 정신적인 측면에서도 농업농촌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전반적인 농촌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 특히, 우울지수가 감소하고, 자아 존중감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행동적인 측면 역시 스스로하기와 규칙적인 식습관 등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보였다. 통계적인 수치 이외에도 농촌으로 유학을 보낸 부모님들은 하나같이 ‘아이들이 여유롭고 배려심이 많아졌으며, 마음의 고향을 하나씩 만든 것 같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러다 보니 폐교 위기에 몰렸던 일부 농촌 학교는 활기가 넘치고, ‘모처럼 어린학생들은 도시의 찌든 때에서 벗어나 자연과 마음껏 부딪쳐 보면서 호연지기를 기르고 있다. 그만큼 도시 부모들이 아이들의 전인교육에 관심을 갖는다는 대목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일본에서는 산촌유학을 실시하여 어느 정도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일본 산촌 유학은 행정이 주체인 곳이 20%, 지역 주민과 학교가 주체인 곳이 60%, 민간단체가 주체인 곳이 20%나 된다고 한다.굳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지정학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농촌의 초등학교는 물론이고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농촌유학이 확대되었으면 한다. 앞으로 아이들의 인간교육을 책임질 농촌 학교가 없다면 인간성 회복은 불가능한 만큼 체계적인 농촌 유학 프로그램 마련은 필수다. 친환경과 e-러닝 첨단 교육시설확보로 소수 정예 개별 학습지도가 가능한 창의적인 교육과정운영, 체험활동을 통한 배려와 나눔의 실천 등을 통해 소규모 학교의 특성에 맞는 눈높이 교육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겠다. ‘사람은 서울로,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격언은 옛말이 돼 가고 있다. 농어촌의 가치를경험하고 자연과 친구가 되는 일은 ‘유학’ 그 이상의 가치가 있음에 틀림이 없다. 아이들이 행복한 곳,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 인간 교육을 꿈꾸는 곳. 농촌유학이야 말로 그동안 농촌 학교와 도시 학교 모두가 지금까지 서로에게 너무 소홀했던 것을 가까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끝.

저작권자 © 엔디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