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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군 치유경제] 농촌 별곡

2024-08-14     전성군 교수
전성군 전북대 농경제유통학부 / 경제학박사

국도로 갈 까요♬♪, 고속으로 갈 까요♪♬, 차라리 열차타고 갈 까요♬♪♬...'

황금빛 들녘 길을 떠올리면서 자작노래를 불러본다.

생각이 고향으로 달려가는 이 순간, 꿈에 본 내 고향, 고향열차, 고향이 좋아, 고향아줌마, 타향살이, 고향무정 등 고향을 소재로 한 그리운 대중가요들이 갑자기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매년 산자락 넘어가는 귀향열차 속에 비친 산촌은 일찌감치 귀뚜라미가 마중나온 듯 하고, 섬을 낀 어촌에선 귀성객을 맞이할 차비를 서두르고 있는 갈매기의 풍경들이 눈에 선하기만 하다. 이쯤 되면 누구나 정겨운 고향노래를 흥얼거리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추석은 올해도 어김없이 눈앞에 다가왔다. 요즘은 고속열차, 비행기, 고속버스, 승용차 등을 이용하여 내 고향 모든 지역이 일일 생활권이 되다보니, 고향을 그리워하는 노래가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는 형편이다.

이를 테면 공간적 개념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퇴색되었고, 변해버린 고향에 대한 시간적 개념의 고향인 인생무상을 느끼는 공허함이 오늘의 내 고향 농촌을 대신하고 있다.

더구나 농촌의 정겨움을 대표했던 농주도 사라지고 있다. 해마다 설날이 되면 내 고향 양조장은 막걸리를 배달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었었다. 막걸리 심부름을 갔다 오던 아이들은 으레 주전자를 들고 마을 모퉁이를 돌기 전에 멈춰서서 주전자 주둥이를 입가에 걸치고 캑캑거리며 들어 마시곤 했다.

이렇게 골목길에서 막걸리를 배운 아이들은 어느덧 장성하여 경제개발과 함께 공장으로 건설현장으로 수출전선으로 나갔다. 이들은 밤낮을 삽질하고, 나사를 조였다. 빌딩도 고속도로도 빨리빨리 조기 완공하려면 느긋하게 술마실 틈이 없었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소주다.

먹고 살만하면 민주화 욕구가 커진다고 했던가. 이제는 전통주에서 양주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입맛에 따라 골라 마실 수 있는 술맛의 개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취하기 위해 마시던 폭주에서 즐기기 위한 애주로 음주 문화가 숙성되었다. 또 술을 사양할 수 있는 확실한 보증수표로 자가용이 등장하면서 다들 건강을 챙기기 시작했다. 반면에 고향은 멀어지고 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가운데 청년농부들이 농촌을 찾고 있다는 소식도 가끔 들린다. 귀농인 가운데 청년농부의 비중이 점점 늘고 있다는 증거다. 어떻게 보면 경쟁적 삶 속에서 상처받은 청년들이 생태적 가치를 경제적 가치보다 우위에 두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소중히 여기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요즘 치유가, 농업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명품 치유농장으로서 위기 속에 놓인 우리 농업·농촌을 치유의 길로 이끄는 길잡이가 되는 치유농업사 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사실 육체적인 질환은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지만, 정신적인 질환을 발견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자신이 그런 상태에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농촌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 것이 치유농업이다.

아울러 농업과 농촌은 우리 민족의 식량창고다. 그래서 함부로 접근하고 다뤄서는 안 된다. 단순한 잣대를 들이대고 경쟁력을 따지고 경제논리와 비교우위론을 들먹이며 특혜를 용인하는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농촌은 마음의 고향이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새로운 도전과 더 없는 고통과 더 많은 인내가 동반되는 싸움터이기도하다. 고향마을의 추석전통과 옛 문화를 올바르고 가치 있게 재창조하기 위해서는 명절 때만이라도 내 고향 농촌을 열심히 찾아야 한다.

고향을 찾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서러운 추석, 낯 설은 한가위가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래서 내 고향이 낯설고 서럽기만 하다.

곧 있으면 추석연휴가 기다리고 있다. 다시 내려가 살 수는 없다 해도 올 추석연휴는 해외여행을 미뤄두고 고향집으로 갈 일이다.

낯설고 서러운 땅이 되어가는 내 고향에 며칠만이라도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리게 하자. 밤이면 막걸리에 취해 동구 밖에서 고성방가를 해댄들 내 고향 농산어촌의 적막함보다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