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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칼럼] 22대 국회, 첫 민생 법안 합의 통과

2024-09-02     김동수 원광디지털대학교 교수
김동수 교수

  국회가 지난 28일 본회의를 열고 ‘간호법’과 ‘민법’개정안(일명 구하라 법),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 특별법), ‘범죄피해자 보호법’, ‘예금자보호법’ 등 민생 법안 28건을 일괄처리했다. 5월 말 22대 국회 개원 이후 당리만을 앞세운 소모적인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던 여야가 처음 합의 통과시킨 민생 법안이다.

‘간호법’은 진료 지원(PA) 간호사의 의료 행위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PA 간호사 업무 수행을 위한 구체적인 요건과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 철폐 등의 이견을 여야 합의로 봉합했다는 점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본다.

보건의료노조 파업이 예고된 상황에 간호법 통과로 중앙대의료원, 고려대의료원 등 10여 개 사업장에서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극적으로 타결됐다. 정치권이 민심은 곧 천심임을 확인한 결과물이다.

‘민법’개정안 ‘구하라 법’은 부양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상속인이나 양육 의무를 저버린 부모가 상속권이 박탈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24년 4월 25일 헌법재판소는 피상속인을 장기간 유기하거나 학대하는 등 패륜적인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에게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이유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려 상속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 바 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전세 사기로 피해를 입은 임차인을 지원하고 주거안정을 도모하기 위하여 2023년 6월에 현행 법률을 제정하여 시행하고 있으나, 피해자 인정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거나 현실적으로 적절한 지원과 보호를 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여전히 존재하는 등의 사각지대가 있어 피해자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고 개선한 것이다.

이에 전세 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요건 중 임차보증금의 한도를 3억 원 이하에서 5억 원 이하로 상향하고, 이중 임대차계약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도 지원하는 등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전세 사기 피해주택 및 신탁 사기 피해주택과 관련해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함으로써 피해자의 주거안정 지원을 강화하고 신속한 피해자 결정을 위하여 절차를 효율화했다.

‘범죄피해자 보호법’은 범죄피해자가 장해구조금 또는 중상해 구조금을 신청한 후 구조금을 지급받기 전에 사망한 경우에도 그 유족에게 구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 제도이다. 범죄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고 범죄피해자의 복지를 증진하기 위한 것이다.

‘예금자보호법’은 현행 예금보험료율 한도 규정의 존속기한이 2024년 8월 31일까지다. 2027년 12월 31일까지 3년 연장함으로써 예금보험공사가 예금보험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외에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에서는 부정경쟁행위 및 영업비밀 침해행위로 인하여 영업상 이익이 침해되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경우 법원에 그 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및 관련 물건ㆍ설비의 제거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서는 이러한 금지 청구권을 규정하지 아니하여, 수탁ㆍ위탁거래에서의 기술자료 유용행위가 발생할 경우 피해 수탁기업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치 또는 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등이 있은 후에야 구제를 받을 수 있으며, 그 전까지는 금지청구 등 구제를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기술자료 유용행위의 금지 또는 예방 등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금지 청구권 등에 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수탁기업 기술에 대한 보호 및 구제를 강화 하려는 것이다.

무책임 입법으로 지탄받던 택시 월급제 확대 2년 유예를 담은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개정안도 처리됐다. 근로감독 없이 사업장 밖에서 자유롭게 운행하여 영업실적에 비례한 소득을 폭넓게 보장해야 하는 택시운송사업의 특성을 감안하여, 노사 간 합의에 따라 소정근로시간을 달리 정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을 규정함으로써 택시 운수 종사자의 근로조건 및 임금형태에 대한 노사 간 합의의 자율성을 보장한 것이다.

국민의 실생활에 직결되는 민생 법안들이기에 통과가 다소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입법안은 시기가 적절해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뒷북 처방입법으로 인한 사회 혼란을 최소화 해야 한다. ‘강 대 강’으로 치닫던 여야 협치가 일회성으로 끝나면 안 된다. 국익이나 민익을 위해서는 여야가 긴밀하게 협력해야만 성과물을 얻어 낼 수 있다.

서민들은 경기 침체와 의료 대란으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22대 국회는 개원하자마자 탄핵·청문회 정국의 수렁에 빠져 민생 지원의 역할을 이행하지 못했다. 시작이 반이다. 이번 법률안 통과를 계기로 여야는 국민의 삶이 나아질 수 있도록 입법 활동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

다음 달 26일 국회 본회의에서도 일몰 시한이 연말인 ‘K칩스법’(반도체 특별법)과 ’인공지능(AI) 기본법’, 원전 생태계 복원에 필요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 등 민생 법안 처리속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