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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시민

- 이보우 단국대 교수 -

2011-09-09     김수지 기자
   
 
이보우 단국대 교수아무래도 미국이 심상치 않다. 군사 패권에서도 그렇지만 GDP의 규모면에서도 그렇다. 앞으로 10여년 후가 되면 중국의 경제규모가 미국을 추월할 것이란 전망이다. 앞으로 5년 안으로 미 달러의 가치는 약 30%가량 절하 될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기능에 적지 않는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중국은 달러화 이후의 인민폐의 역할을 준비하는 태세다. 양국 사이의 경쟁은 국제금융시장에서도 현저하다. 중국은 국제 신용평가사인 다궁(大公)을 통하여 지난 해 11월과 금년 8월 두 차례에 걸쳐 미국의 신용등급을 각각 한 단계 아래로 내렸다. 결과로 현재 미국의 국가신용등급(13위)이 중국의 세계 순위 10위 보다 더 낮아졌다. 빚쟁이의 업보다.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 SP도 자국의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내렸다. 미국의 신용등급은 1917년 이후 이제까지, 세계대전과 대공황을 거치면서도 최고등급 AAA을 유지하여 왔었다. 중국 신용평가사가 미국신용을 강등한 건 다분히 정략적이라고 애써 자위하던 터에 믿든(?) SP까지 가세는 예상 밖이다. 미국경제는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시름시름 앓아왔다. 경상수지와 재정지출의 쌍둥이 적자(twin deficit)는 해가 갈수록 누적되어 이제는 빚더미다. 버는 것 보다 씀씀이가 커진 소비가 문제이려니와 달러를 무작정 찍어내는 것도 한계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다. 남부 유럽국가의 재정위기는 그 나라의 신용을 크게 떨어뜨리는 데 미국이라고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SP도평가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회장은 경질되고 평가의 적정성에 대하여 당국의 조사를 받는다 한다. 150년을 지닌 전통회사가 그런 불이익도 예상하였을 게다. 그럼에도 그들은 정의를 선택했다. Michael J Sandel은 ‘Justice: What`s the right thing to do’에서 정의(正義)는, 사회구성원의 행복과 자유 그리고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미덕이 판단기준이라 했다. SP는 자기나라라는 틀을 벗어나 지구촌에 객관적 평가를 제공함으로 자유롭게 투자 자료로 활용케하는 용기로 ‘정의’가 무엇인가를 보여준다.지난 8월에 실시된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멀쩡한 보통 시민들을 ‘나쁜 사람’으로 딱지를 붙이는 초유의 일이였다. ‘나쁜 투표’라고 하는 편에서 보면 유권자 중 투표장에 나간 25.7%에 해당되는 2백만이 넘는 서울시민은 결국 ‘나쁜 사람’이 되어 버린다. 스스로 나쁜 일에 참여한 시민은 필경 나쁜 사람일 테니까 말이다. 민주적인 투표가 어째서 나쁜 일인지 모를 일이지만 ‘나쁜 투표’라고하니 투표하는 게 자유롭고 개운할 리가 없다. 아이러니 하게도 그 무상급식의 중심에 섰던 사람이 조사를 받고 있다. 어려운 상대에게 선의로 몇 억원을 거저(無償) 주었다 강변이다. 그들에게, 그에게 사회의 올바른 일(right thing to do), 곧 정의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