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金建·86) 전 한국은행 총재가 17일 오후 10시 40분 숙환으로 별세했다. 1929년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51년 한국은행에 들어갔다. 한은에서 조사1부장, 자금부장, 부총재 등을 거친 뒤, 노태우 정부 시절이던 1988년 3월부터 4년 동안 한국은행 17대 총재를 지냈다. 고인은 총재 취임 첫해 한은 직원들과 함께 '한국은행 독립을 위한 100만인 서명운동'을 펼치는 등 한은의 독립성 확보를 위해 애썼다. 당시엔 재무부 장관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을 맡아, 한은은 '재무부의 남대문 출장소'라고 하던 시기였다. 임기 내 한은법 개정을 이루진 못했지만, 그는 총재 임기를 끝내고 "우리나라 중앙은행의 독립성 보장이 제도적으로 미흡하다"며 "다만 한은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통화 가치 안정을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중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국민에게 심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노력은 이후 1997년 한은 총재가 금통위 의장을 맡도록 법이 개정되면서 결실을 봤다. 고인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고(故) 나혜석씨의 셋째 아들이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광일씨와 아들 재민(동의대 교수), 성민(KAIST 경영대 교수), 황민(연세대 원주의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7호실, 발인 21일 오전 7시, 장지는 천안공원, (02)3410-6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