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수 교수
김동수 교수

  여야 대표 회담 다음 날인 2일 22대 국회 개원식이 열렸다.임기 시작 96일 만에 ‘최장 지각’ 개원식이다. 국회 대 회의장에서 국회법 제24조 규정에 의해 다음과 같이 선서를 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국회의원은 국회법 제25조(품위 유지의 의무) 의원은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 라고 명시돼 있다. 모욕 발언을 제외한 막말에 대해선 구체적 징계 조항이 없다. 참다운 지성인이라면 언행일치와 지행일치가 이루어져야 한다.

국회 개원식 이후 여야 의원들은 국회 앞 계단에서 기념사진을 함께 찍었다. ‘지각 개원식’이었지만, 의원들은 서로 웃으며 손을 잡고 협치를 외쳤다.

직후 열린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서로 경쟁하듯 막말로 격돌했다. 국민의 힘 강선영 의원이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이재명 대표의 저서 ‘이재명, 대한민국 혁명하라’를 언급하면서 “1917년 레닌의 볼셰비키 혁명이 연상됐다”고 한 발언을 문제 삼은 것이다. 부승찬 의원은 강 의원의 제명까지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국민의 힘은 민주당 의원들이 강 의원을 향해 “또라이”라고 한 것을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막말을 쏟아내면서 서로 삿대질하는 모습은 참으로 목불인견이었다. 아이들이 뭘 배우고 자라날까 걱정스러울 뿐이다.

국회의원들의 저질스러운 막말은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특히, 22대 국회 들어서서 더욱이 심해지고 있다. 동북아 국제질서로 영향을 미치는 한국의 현실이 개탄스럽다.

국회 상임위원장들이 먼저 막말과 인신공격에 앞장서고 있다. 야당 일부 상임위원장들은 공직 후보자에게 “뇌 구조가 이상한 것 같다”고 하거나, 군 장성들에게 “일어나 반성하고 들어오라”며 퇴장시킨 일도 있다.

대통령 부인에게 “살인자”라는 막말을 하고도 지지자들에게 박수를 받는 현실이 참으로 암담한 심정이다. 심지어 어떤 의원은 개원식에 윤석열 대통령이 불참한 것에 대해 “꼴불견 꼬장 정치”라며 비판했다. 이런 극단적인 ‘대립 정치’의 풍토가 국회의원들의 막말을 조장하고 있다.

법을 제정하는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을 준수해야 한다. 입법기관의 최대 덕목은 호시우행이다. 즉, 범처럼 노려보고 소처럼 간다는 뜻으로, 예리한 통찰력으로 꿰뚫어 보며 성실하고 신중하게 행동함을 이르는 말이다.

인사청문회법 제18조(주의의무) 위원은 허위사실임을 알고 있음에도 진실인 것을 전제로 하여 발언해서는 안 된다. 또한,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국가의 큰 난제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정치권은 오로지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여야가 정쟁을 해도 지켜야 할 도의가 있다. 극단적인 ‘팬덤 정치’가 기승을 부리면서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지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

역대 22대 국회는 탄핵‧특검‧청문회 남발 등 헌정사상 경험하지 못한 정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정치권의 자율 정화를 기대할 수 없다.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막말을 한 의원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국회법’ 제4조에 따라 집회 되는 이번 정기회에서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을 개정시켜야 한다. 아울러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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